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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경험 이야기

암, 그리고 파업

찬바람이 칼바람처럼 느껴지는 겨울

아버지의 암 진단은 가족에게 혹독한 추위를 선사했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항암 치료 속에서 전공의 파업이라는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4주째 미뤄지는 치료, 늘어나는 불안감, 그리고 끝없는 고민은 마치 끝없는 겨울 눈보라 같았다.

 

다른 환자들은 어떨까? 그들의 항암 치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걸까? 특히 입원 치료가 필요한 특이암 환자들이 외래 진료로 치료를 대체하는 것은 안전할까? 의문과 걱정은 답답한 안개처럼 나를 둘러쌌다.

 

아버지는 묵묵히 고통을 참았다. 그의 눈빛에는 암과의 싸움뿐 아니라, 파업으로 인해 지연되는 치료에 대한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 그의 고통을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은 나에게 무거운 짐이었다.

 

다행히 다음 주 외래 진료를 통해 다른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병원, 새로운 의료진과의 만남은 또 다른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낯선 환경에서 과연 아버지는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이번 파업은 단순히 의료 현장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이다. 암과의 싸움은 이미 힘겹고 고통스럽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어려움이 가중되어서는 안 된다.

 

아버지의 암 치료가 순탄하게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땅에서 모든 환자들이 품위 있고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